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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13부 모르는 사람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가끔 가장 가깝지만
가장 모르는게 가족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수 어머니가 어린 정수를 데리고 왜 서울에 올라왔는지
와서 어린 아들을 키우느라 얼마나 애썼는지
정수는 모른다.
하지만 어머니도 모른다.
가판대 옆에서 금이빨을 팔수밖에 없는
어머니를 보는
어린 정수의 마음을...
내가 중학생 때였다.
같은 학년에 한 친구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또 한 친구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친구가 알려준 병원 위치를 보며
중학생 아이들이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제법 어른 흉내를 내고 싶었던지
진지한 얼굴로, 그렇지만 한참 서툰 행동으로 조문을 마쳤고
어른들 사이에서 식사를 했다.
친구의 어머니는 한참 투병 중이셨는데,
- 아마도 위암이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날따라 치킨이 먹고 싶다며 조르는 막내의 성화에
정말 오랜만에 온가족이 둘러앉아 치킨을 먹었다고 한다.
아파서 죽도 잘 못드시던 어머니는 모처럼 속이 편안하다며
어린 동생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밤,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그날 일을 이야기하는 친구 뒤편으로 다섯살도 안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뛰어노는게 보였다. 그때 남자아이는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뭐라 소리쳤는데 그 안에 있는 어떤 어른도 아이를 나무라지않았다.
보고싶은 아버지
더러운 반평짜리 침대위에서
온종일 나를 기다리던 아버지
온종일 나만 기다리던 아버지
나를 두고 떠나는 마지막 순간,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서
아버지는 어디로 가고 싶었던 걸까요.
그냥
아무데도 아닌 집으로
돌아고싶었던건 아닐까.
산도
바다도
아닌
집으로 가고 싶었던건 아닐까
그게 너무 괴워서
저는 그날에서
이렇게 멀리
도망쳐버렸습니다.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던
아버지
나는 아직도 죽음이 뭔지 잘 모릅니다.
사는게 뭔지도 알지못합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알게되겠죠.
마지막에
마지막에는
누구나 혼자라는걸...
그때쯤 또 한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사실 그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신건
3일 넘게 결석하고 초췌한 얼굴로 학교에 나온 그 친구가 말하기 전엔 친한 친구 몇명 외엔 아무도 몰랐다.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그 친구의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버지의 장례를 치를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장례식장을 빌리지도 못하고 바로 화장터로 갔다고 했다.
이제 겨우 중학생이였던 여자아이 혼자 견디기 어려웠을 삼일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보다 안타까운건 그 친구가 했다던 이 말 때문이었다.
'화장터에서 나오자마자 아저씨랑 근처 산으로 갔었는데
네모난 상자를 열고 손을 넣으니까 너무 뜨거운거야.
너무 뜨거워서 많이도 못 짚겠고
그래서 조금씩 보내주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몰래하는 거라서 빨리 하고 가야한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가까이 보는 제일 큰 나무 밑에 상자째로 뿌리고 도망치듯 내려왔어,
근데 내려오고나서 생각해보니까
너무 급히 내려와서
내가 그 나무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더라.'
오늘,
강재를 보다가 두 친구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는 이름도 희미한 그 친구들에게 묻고 싶어졌다.
오늘 하루,
이무 걱정없이 잘 보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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