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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10부 제자리
인간실격 ost 3 김윤아 붉은 꽃 그늘 아래서
제자리,
나의 자리.
나의 본성이 뿌리내리고 내 습성이 자리잡은
내 분수에 맞는 그런 곳...... 그런 모습........
안녕하세요, 아버지.
잘 지내고 계신가요.
보시다시피 저는 여전히
아주 딱 엉망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아무 이유없이
돈이아닌 어떤 것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돈도 아니고 이기고 지는 것도 아닌
작고 이상한 마음을 따라
처음 만나는 세상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무엇이 되고 싶었던 걸까요.
무슨 기대를 했던걸까요.
어디서부터 잘못 걸어온 걸까요.
마음을 띠라 반대편으로 열심히 걸어가 보았지만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단 한걸음도 가까워지지 못하고
한걸음도 멀어지지 못한채,
다시 처음 그자리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겨울이 지나갔다.
겨울 내내 둘렀던 빨간 목도리보다
훨씬 얇은 스카프도 벗어도 될 만큼
그런 봄이 왔다.
붉은 꽃그늘 아래서
김윤아
붉게 피는 꽃들이 한껏 흐드러질 때
붉은 꽃그늘 아래서 꽃인 양 부풀었던
부끄러운 내 마음
노을이 지는 거리에 긴 그림자 춤 출 때
나 홀로 남은 것 같아 서러워 눈물 짓던
어리석은 내 마음
스치는 바람결에 들리는 듯한 노래
언제쯤 일까
꽃이 피던 날
끊어질 듯 이어지며 반짝이던 하루하루
덧없는 꿈이라 해도 꿈을 꾸는 동안은
살아있는 것 같았어
애처로운 바람과 지키지 못 한 약속
그리운 곳에 묻어 둔 마음들
꿈에서 깨어나면 돌아갈 수 있을까
꿈이 아니면 다시 갈 수 없나
꿈을 꾸었지
붉은 꽃 피는 꿈
어디쯤 일까
붉은 꽃그늘
몰랐던 때처럼
이전에 나의 모습 그대로
웃기도 하고
또 가끔 정말 잊기도 하면서
그렇게 사는 것이
생각보다 그다지 어렵지않아서
서랍 속 잘 접어 둔 손수건 처럼
가끔 열어보기만 하려고 했다.
단 한번의
손짓만으로
나의 다짐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나는 그대로 남아 있었을까,
더 멀리 달아났을까.
이번 10부에서
강재와 부정이 실제로 마주치는 장면은
엘리베이터 문을 사이에 둔 아주 잠시 뿐이었다.
한 번도 소리내 말하지도 못 한 마음을 정리하기로한 강재는
집안에 틀어박혀 꼬박 한달을 앓고 나서야
예전 모습을 찾은 듯 했다.
하지만
고작 한 발 다가온 것에도
겨우 참았던 마음이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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